한국 인터넷 개통 30년만에… 경제 규모 86조원전길남 박사 세계 두번째로 연결 성공
10년 후엔 영화 한 편 다운 4초면 끝
1982년 5월15일. 경북 구미의 한국전자기술연구소(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미국으로 건너가 UCLA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젊은 과학자(당시 39세)와 연구원들이 중형
컴퓨터의 모니터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잠시 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의 컴퓨터와 원격으로 ‘로그인’됐다는 문구가 모니터에
뜨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미국이 1969년 9월 ‘알파넷’을 통해 세계 최초로 인터넷
을 연결한 이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터넷 연결에 성공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이 과학자는 바로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전길남(70·KAIST 명예교수) 박사.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해외과학자 유치 사업으로 가장 먼저 귀국한 전 박사가 전용선
‘SDN(System Development Network)’을 이용, 데이터를 잘개 쪼개 전송한 뒤 다시
조합하는 ‘패킷교환방식’으로 인터넷을 개통한 지 올해로 30년을 맞았다.
1994년 상용서비스가 시작된 국내 인터넷은 1990년대 말 초고속인터넷이 확산되면서
급속하게 성장했다. 2002년에는 초고속 인터넷 1000만가구 시대를 열고, 2006년에는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WiBro), HSDPA(3.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서비스를 해 인터넷
강국으로 도약했다.
인터넷은 국민들의 일상 생활과 기업 환경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정보 습득의 중심은
활자매체에서 인터넷으로 옮겨졌고, 이메일과 동영상을 통해 외국의 사업 파트너와
언제든지 회의가 가능하다. 쇼핑몰이 등장하면서 버튼 하나로 원하는 물품을 구입하고,
기업들은 인터넷이 최대의 광고 수단이 됐다. 개인사업가에게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대박’을 낼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유튜브를 통해 ‘끼 있는’ 이들은 스타의 꿈을 이룰 수도 있고, 한류의 확산도 인터넷
이 일등공신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보급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장으로 인터넷
산업의 패러다임까지 바뀌고 있다.
인터넷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대단하다. 보스턴 컨설팅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의 인터넷 경제 규모는 86조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7%로 세계에서
최상위권이다.
이처럼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며 눈부신 발전을
거뒀지만 문제점도 많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인터넷 기업이 없고 기술 역량도 취약한 게 대표적이다. 트래픽
폭증과 보안성 측면에서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급속히 바뀌는 인터넷 환경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네트워크 강국의 지위를 잃고 단순한 인터넷 소비국으로 전락
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일고 있다.
인터넷중독과 개인정보 노출 등 사회적 문제도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미래를 대비한 인터넷 발전 전략’을 세웠다.
세계 최고의 스마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트래픽 폭증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내용
이다. 이 전략이 성공하면 10년 뒤 현재보다 100배 빠른 초고속 네트워크가 구축된다.
5기가바이트 영화 한 편을 내려받는 시간이 현재 400초에서 4초로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이때가 되면 인터넷은 전방위적인 산업·사회혁명을 이끌 핵심 인자로 부상
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세계일보>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입력 2012.05.30 18:59:11, 수정 2012.05.30 22: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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