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네트워크 IoT, 국가표준 만들었다
기사입력 2016-03-07 06:27
집 밖에서 보일러를 켜고 끌 수 있는 기술은 이제 흔하다.
회사에서 집에 있는 가스 밸브를 잠그거나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여닫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물인터넷의 힘이다. 최근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는 대개 이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집 안에 있는 가정용 기기를 손쉽게 통제하는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적용한다.
사용할 때는 편리한데 기기를 교체할 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얼마 전 새 아파트에 입주한 김지하(34)씨는 온도 조절이 잘 안 되는 보일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김씨가 민원을 제기하자 건설사는 보일러를 교체해 주겠다고 했지만
반드시 이전과 동일한 제품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김씨는 “한번 신뢰를 잃었는데 같은 브랜드를 또 쓰자니 영 내키지 않았다”며
“그렇지만 네트워크가 연결돼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같은 제품을 쓸 수밖에 없었다”
고 말했다.
스마트홈이 스마트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7일 시스템에어컨·
보일러 등 홈네트워크 제품의 통신규약(프로토콜)을 통일하는 국가표준(KS)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사용 중에 다른 제조사의 제품으로 바꿔도 홈네트워크 사용에 문제가 없도록
표준화하자는 취지다. 통신규격이 같아지면 꼭 기존 브랜드로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
시스템에어컨을 삼성에서 LG로, 보일러라면 경동에서 귀뚜라미로 바꾸더라도 예전과 같이
홈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표준화 대상은 조명, 도어록, 실내환기시스템, 온도조절기, 보일러, 방범확장, 커튼, 가스
밸브, 세대통합검침, 일괄차단기, 시스템에어컨, 대기전력 차단기기와 공통 메시지구조 등
총 13종이다. 국표원 관계자는 “통일된 규격을 갖췄으면 소비자가 어떤 제품이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며 “아파트 빌트인 시장은 대기업 중심의
컨소시엄 간 경쟁이 치열한데 표준화로 중소·중견기업의 진입 장벽도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표준화는 아파트 유선망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국표원은 조만간 무선통신(Wi-Fi) 기반의
통신 프로토콜도 국가표준을 마련해 유선망이 미비한 기존 주택에도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전자제품을 포함한 다양한 홈네트워크 기기를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도 조만간
등장할 전망이다. 사물인터넷 시대의 만능리모컨이다.
현재로선 삼성의 TV와 LG의 냉장고를 연동시킬 방법이 없다. 각사의 스마트홈 플랫폼은 자사
또는 협력사의 제품에만 연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려 미래창조과학부는 현재 한국정보화진흥원과 ‘개방형 스마트홈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로 다른 제조사의 스마트홈 기기를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원격 제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핵심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호진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스마트홈 구축이 일부 기업 간 기술
개발 경쟁으로 흘러가다 보니 도리어 소비자 편의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며 “장소에
구애 없이 쉽고 빠르게 내 집을 관리하는 게 스마트홈이라면 브랜드 간 호환성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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